'교사, 수없에서 나를 만나다'라는 책을 읽다가 

후반부에 소개된 몇 편의 시에서 몇 가지 울림을 느끼게 된다.


그 중 '흔들리며 피는 꽃'에서는 괜한 먹먹함이... 



#. 쌀 한 톨의 무게 by 홍순관


  쌀 한 톨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

  내 손바닥에 올려놓고 무게를 잰다

  바람과 천둥과 비와 햇살과 외로운 별 빛도

  그 안에 스몄네

  농부의 새벽도 그 안에 숨었네

  나락 한 알 속에 우주가 들었네

  버려진 쌀 한 톨 우주의 무게를

  쌀 한 톨의 무게를 재어 본다.

  세상의 노래가 그 안에 울리네

  쌀 한 톨의 무게는 생명의 무게

  쌀 한 톨의 무게는 평화의 무게

  쌀 한 톨의 무게는 농부의 무게

  쌀 한 톨의 무게는 세월의 무게

  쌀 한 톨의 무게는 우주의 무게



#. 연탄 한 장 by 안도현

 

또 다른 말도 많지만

삶이란

나 아닌 그 누구에게

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

 

방구들 선득선득해진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

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

연탄차가 부릉부릉

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,

 

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

연탄은,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

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

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을 퍼먹으면서도 몰랐네,

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

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

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

 

생각하면

삶이란

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

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이른 아침에

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

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, 나는.



#. 흔들리며 피는 꽃 by 도종환


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

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

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

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

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있으랴

 

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있으랴

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

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

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

젖지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


Posted by 창석쌤
,